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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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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남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는 편이다. 말주변이 별로 없기에 일단 얘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거기서 대화거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또한 어떤 푸념이나 무거운 감정이 농축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은 재미있기에 나는 그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을 즐기곤 한다. 언젠가 나에게 친구들이 과묵하고 말을 들어주는 면이 좋다고 나에게 알려왔을 때 나 역시도 그 역할을 좋아했기에 나는 안도했다. 항상 대화가 어색한 나에게 그건 일종의 대안이었고, 나는 불편한 토론장에서 조금은 편한 구석자리를 알아낸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무거운 전문서적과 흥미로운 대중서적, 흥미진진하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소설을 넘어 편안하게 이야기가 돌돌돌 풀리는 수필은 가끔씩은 꼭 읽게 되는 장르가 되었다. 오늘은 미셀 오바마의 비커밍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1/3까지 읽었지만, 책에서 나오는 미셀은 어릴 때부터 '일단'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사회 구조상 소수자로 성장하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개인의 성취를 뚜렷하게 일구는 모습을 글로 접할 때, 나는 묘한 기분이 든다. 대개 어려운 상황에서는 뚜렷한 성취를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보통의 삶을 살지 않은 사람이기에 나중에 번듯한 베스트셀러 수필을 낼 수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나 읽다 보면 조금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의 이야기는 지천에 널려 있고 사회는 노력을 통해 성장한 소수만을 좋아한다.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고만고만 다시 서로서로에게만 영향을 끼치며 굴러간다. 큰 성장을 거둔 소수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지만 스스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내가 하지 못한 몫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보통의 사람이라 나는 조금 씁쓸한 것일 테다.

 

하지만 결국 이런 사람들이 또 사회를 움직이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고 그 변화 아래 더 많은 사람의 인생은 변하기 마련이다. 잘 읽히는 책이다. 대통령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유색인종으로 산다는 것, 유색인종여성으로 산다는 것, 여러 경험이 책에 녹아 있어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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